12월 19일 화요일
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서 걸어가실 길을 마련한 선구적 인물입니다. 네 복
음서 가운데 특히 루카 복음서는 요한의 출생 이야기를 예수님의 탄생 이야
기와 번갈아 배치하며, 두 인물이 출생 때부터 서로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
음을 드러내고자 합니다.
오늘 복음은 먼저 세례자 요한의 출생을 예고합니다. 성령으로 잉태되
신 분의 특별함에 견줄 수는 없겠지만(1.35 참조), 그분의 선구자도 번상치
않은 인물임이 출생의 배경에서 드러납니다. 엘리사벳은 아이를 못 낳는 여
인이었고 나이도 많았습니다. 이는 이사악과 삼손, 그리고 사무엘의 출생과
도 매우 비슷합니다. 그 어머니들은 모두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인들이었으
나 주님의 특별한 은총과 보살핌으로 이 위대한 인물들을 낳을 수 있었습니
다. 하느님께서는 또 하나의 ‘큰 인물’, 곧 ‘엘리야의 영과 힘을 지닌’ 세례자
요한의 출생도 마찬가지로 척박한 환경에서 오로지 당신의 놀라운 권능으
로 이루어지도록 섭리하십니다.
그러나 인간은 그러한 권능에 의심을 품는 나약한 존재입니다. 즈카르
야는 사제였고 의로운 사람이었지만, 엘리사벳이 자기에게 아들을 낳아 주
리라는 천사의 소식을 의심합니다. 아내도 자신도 나이가 너무 많았기 때문
입니다. “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?” 즈카르야는 결국 천사에게
표징을 요구한 셈인데, 그 표징은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그가 벙어리가 되는
것이었습니다. 왜 하필 이런 표징이 주어졌을 까요? 이해할 수 없는 신비 앞
에 그가 침묵으로 시간을 보내야 하였기 때문이 아닐까요? 엘리사벳도 임신
한 뒤 무려 다섯 달 동안이나 숨어 지냈다고 오늘 복음은 전합니다. 이들 부
부가 침묵하며 지낸 기간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찾
으며 묵상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을 것입니다. 우리도 침묵 가운데 주님께서
마련하신 놀라운 구원의 신비에 머무르며 기도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 보면
좋겠습니다.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